나라면/시(어머님)라면

"나이가 늙음을 먹어버린 날

클로버 세상 2025. 1. 17. 21:51

붓펜과 네잎클로버_시(어머님)라면

 

 

제12화
나이
늙음을
먹어 버린 날

 

 

 

명절이 다가와요

새해 첫날

어머님 모시고 

큰집 가서

제사 지내고

우리 집으로 오시고

주무시고

 

 

 

명절이 다가와요

추석 한가위

어머님 모시고

큰집 가서

제사 지내고

우리 집으로 오시고

주무시고

 

 

 

5월이 다가와요

어머님 생신날

어버이날

어머님 모시고

강강술래 가고

생신상차림 식사하고

꽃대골 꽃구경 가고

드라이브하고

 

 

 

12월이 다가와요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 송송 썰고

돼지고기 넣고

숙주 넣고

두부 으깨 넣고

얼큰한 김치만두 빚어

지하철 타고

버스 환승하고

막내아들 집에 오셨죠

 

 

 

누구의 도움 없이

가고 싶을 때 가고

드시고 싶을 때 드시고

입고 싶을 때 입으셨던

어머님이

오늘은

팬티기저귀를 어쩔 수 없이

입으셔야 했어요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은 곳 

먹고 싶지 않은 것 

입고 싶지 않은 옷을

함부로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하셨어요

 

 

 

 

안녕하세요.

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