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8

"나이가 늙음을 먹어버린 날

제12화나이 늙음을 먹어 버린 날   명절이 다가와요새해 첫날어머님 모시고 큰집 가서제사 지내고우리 집으로 오시고주무시고   명절이 다가와요추석 한가위어머님 모시고큰집 가서제사 지내고우리 집으로 오시고주무시고   5월이 다가와요어머님 생신날어버이날어머님 모시고강강술래 가고생신상차림 식사하고꽃대골 꽃구경 가고드라이브하고   12월이 다가와요작년에 담근김장김치 송송 썰고돼지고기 넣고숙주 넣고두부 으깨 넣고얼큰한 김치만두 빚어지하철 타고버스 환승하고막내아들 집에 오셨죠   누구의 도움 없이가고 싶을 때 가고드시고 싶을 때 드시고입고 싶을 때 입으셨던어머님이오늘은팬티기저귀를 어쩔 수 없이입으셔야 했어요   누구도가고 싶지 않은 곳 먹고 싶지 않은 것 입고 싶지 않은 옷을함부로 할 수 없었어요그런데오늘은하셨어요 ..

"팬티 기저귀 NO! 일회용 면팬티 YES!

제11화팬티 기저귀 NO! 일회용 면팬티 YES!   자주실수를 하게 돼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아들이 며느리가내가오줌을 지리고변을 묻히는 것을   내 몸이내 방광이내 괄약근이나이를 먹었나 봐내 마음대로내 의지대로내 생각대로말을 듣지 않거든   그래서 기저귀를팬티 기저귀를 입으라고 말해옷이 젖지 않을 거라고며느리는팬티 기저귀를 입고 와서자기도 입었다고나도 입어보라고 말하는데정말입고 싶지 않거든팬티 기저귀는NO!   나의 자존심이잔뜩상하고나의 수치감이많이 느껴지고나의 마음이너무힘들어져  그런 내 마음을며느리가읽어나 봐면팬티를일회용 면팬티를서랍장에한가득넣어줬어입던 면팬티 같아아니그것보다 훨씬 더가볍고입기도 편해너무 좋아일회용 면팬티YES!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미움 받을 용기

제6화미움 받을 용기   미움받을까 봐 두려워서가 아니에요376,680 날의 시간들87년의 그 외로웠을 세월들남편 없이 세 아들 홀로 키우셨죠그 시간 그 세월이 너무 아파서 일요일마다 어머님 댁에 가는 거예요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에요45 날의 시간들1998년도 그 추웠던 겨울신생아 중환자실 면회시간 18:00에 매일 오셨죠그 기도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일요일마다 따뜻한 밥상 준비해서 가는 거예요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게 아니에요4,380 날의 시간들119 응급차량 그 위급했던 응급실집 화장실에서 식당에서 식사 도중 쓰러지셨죠그 순간 그 상황이 너무 염려돼서일요일마다 안 드시겠다는 약 드시게 하러 가는 거예요    잘못이라는게 아니에요머리 감기 싫어하는 거미끄럼방지용 운동화 안 신겠다는 거새 ..

"하고 싶은 말

제4화하고 싶은 말   알콩이 달콩에게 하고 싶은 말"어머님  시설 좋은 요양원 알아봐서 모시는 게 어때요?"  경증 치매일 때 입소하시면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건강 챙기시고쾌적한 환경에서 노인성피부질환인 가려움증도 호전되고걷다 턱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없고대화가 가능하시니 의사표현도 잘 하실거고   더 심해지셔서 입소하시게 되면그 누구도 몸에 손을 못 대고 하실 거고요실금 팬티도 절대 착용하지 않으실 거고약을 드시라 해도 나중에 먹겠다고 안 드실 거고고집부리시다 자존심 세우시다가 싸우는 일만 생기실 거고   알콩이 달콩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후련하다 찝찝하고달콩이  알콩이의 하고 싶은 말을 다 들으면답답하다 속상해하고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침묵에 갇힙니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삶은 작은 것에 위로 받는다

제5화삶은 작은 것에 위로 받는다   A: 대통 엄마는?B: 일 갔지!A: 너는?B: 나는 은퇴해서 집에서 쉬지A: 여자는 일 나가고 남자는 쉬고..B: 32년 일했으니까 나도 쉬어야지..A: 아이코~ 대통 엄마가 착하지.  네가 잘해라!   어머님의 긴 한숨 소리깊고 크고 무겁다   며느리 힘들까 봐아들 천대받을까 봐   잊어버리신 거는응급실 다녀오신 것   기억하시는 거는며느리 이름 세 글자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어쩔 수 없네

제2화어쩔 수 없네  울린다내 핸드폰 벨소리뜬다시어머님 휴대폰 번호 11자리  "얘야! 전기밥솥의 밥이 안된다~""뚜껑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리고 취사 버튼을 누르세요""그래도 안되는데~ 신경질 나 죽겠네""제가 가면 고쳐 드릴게요~"  또 울린다내 핸드폰 벨소리또 뜬다시어머님 휴대폰 번호 11자리  "얘야! 전기밥솥이 고장 났는지 밥이 안된다~""제가 가면 고쳐 드릴게요~""신경질 나 죽겠네~ 네가 올래?""네~ 얘 아빠랑 같이 갈게요"  또다시 울린다내 핸드폰 벨소리또다시 뜬다시어머님 휴대폰 번호 11자리 "야~! 전기밥솥이 안돼~ 고장 났나 봐~!""네~ 고장 났나 봐요""신경질 나 죽겠네~ 언제 올 거냐~?""지금 출발해서 갈게요" 전기밥솥 고장이 아니다사용법을 잊어버리셨다치매..어쩔 수 없네   ..

"먹을 테니 버리지 마

제1화"먹을 테니 버리지 마!" 새까맣다무엇이?바지락된장찌개가. 새하얀 솜털 곰팡이다어디에?흰쌀 햇반에. 노랗다어떻게?먹음직한 단호박처럼. 새까맣게 태운 바지락된장찌개를새하얗게 곰팡이 핀 햇반을노랗게 상한 단호박을 "먹을 테니 버리지 마!"조금 두려워집니다시어머님의 치매가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