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시(어머님)라면 14

" 끝이 없는 성숙

제14화끝이 없는 성숙 굳게 닫힌 문닫혀진 문똑! 똑! 똑! 누구여? 쉽게 열린 문열려진 문헉! 헉! 헉! 창문부터 열자양말부터 신자마스크부터 쓰자 애써웃음 짓고꾸욱참아 보고부디 견뎌 낸다 처참한 피부는연고배고픈 몸은밥상피 묻은 옷은세탁 어제의 청춘은쉬이 가고오늘의 성숙은사브작 사브작 온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이가 늙음을 먹어버린 날

제12화나이 늙음을 먹어 버린 날   명절이 다가와요새해 첫날어머님 모시고 큰집 가서제사 지내고우리 집으로 오시고주무시고   명절이 다가와요추석 한가위어머님 모시고큰집 가서제사 지내고우리 집으로 오시고주무시고   5월이 다가와요어머님 생신날어버이날어머님 모시고강강술래 가고생신상차림 식사하고꽃대골 꽃구경 가고드라이브하고   12월이 다가와요작년에 담근김장김치 송송 썰고돼지고기 넣고숙주 넣고두부 으깨 넣고얼큰한 김치만두 빚어지하철 타고버스 환승하고막내아들 집에 오셨죠   누구의 도움 없이가고 싶을 때 가고드시고 싶을 때 드시고입고 싶을 때 입으셨던어머님이오늘은팬티기저귀를 어쩔 수 없이입으셔야 했어요   누구도가고 싶지 않은 곳 먹고 싶지 않은 것 입고 싶지 않은 옷을함부로 할 수 없었어요그런데오늘은하셨어요 ..

"팬티 기저귀 NO! 일회용 면팬티 YES!

제11화팬티 기저귀 NO! 일회용 면팬티 YES!   자주실수를 하게 돼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아들이 며느리가내가오줌을 지리고변을 묻히는 것을   내 몸이내 방광이내 괄약근이나이를 먹었나 봐내 마음대로내 의지대로내 생각대로말을 듣지 않거든   그래서 기저귀를팬티 기저귀를 입으라고 말해옷이 젖지 않을 거라고며느리는팬티 기저귀를 입고 와서자기도 입었다고나도 입어보라고 말하는데정말입고 싶지 않거든팬티 기저귀는NO!   나의 자존심이잔뜩상하고나의 수치감이많이 느껴지고나의 마음이너무힘들어져  그런 내 마음을며느리가읽어나 봐면팬티를일회용 면팬티를서랍장에한가득넣어줬어입던 면팬티 같아아니그것보다 훨씬 더가볍고입기도 편해너무 좋아일회용 면팬티YES!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작은 그릇에 어찌 담으려 하는가

제10화작은 그릇에 어찌 담으려 하는가   작은 손작은 체구작은 심장   작은 손이큰 칼을 드니날 선 칼에 손을 베고   작은 체구가침대 매트리스 청소를 하니산만한 매트리스에 몸이 넘어져 허리를 다치고   작은 심장이버럭 소리를 들으니천둥 같은 소리에 심장이 멎는 듯 아프고   작은 손작은 체구작은 심장이어찌 담으려 하는가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안녕하셨으면 합니다

제9화안녕하셨으면 합니다   속옷은 면소재뜨거운 물로 삶고손으로 빨고세탁물은 건조대에 널고   피부는 건조증바디 위시로 씻고바디 로션을 바르고로션은 냉장고에 넣고   학교는 주간보호센터8시에 일어나고9시에 차량 오면 가고6시에 차량으로 귀가하고   어머님은 자립형누가 오는 것도 싫고어디 가는 것도 싫고혼자 있는 것만 좋아하고   하지만일요일은 예외우리 오는 것은 반기고우리 가는 것은 아쉬워합니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네 맘에 드는 색으로 골라봐라

제8화네 맘에 드는 색으로 골라봐라   일요일은시댁 가는 날이다오늘의 메뉴는동지팥죽이고후식 과일은 샤인머스캣과 설향딸기고저녁 간식은카스테라빵이다   "왔냐?"주름진 얼굴에 화색이 도신다"뭘 이렇게 많이 사 왔냐?"아들 손에 들린 쇼핑백을 보신다"오랜만에 동지팥죽을 먹어보네"며느리 상차림에 흡족해하신다"맛있게 잘 먹었다"참 듣기 좋은 말씀이시다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안방문을 열고 다시 나오시더니수줍은 소녀처럼 웃으신다가쁜 숨을 몰아쉬시며굽은 허리 뒷짐에서 옷을 내미신다알록달록 예쁜 꽃무늬조끼다   "며느리들 하나씩 주려고 샀다"마음에 햇살이 비칩니다"네 맘에 드는 걸로 골라봐라"햇살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분홍색이 젊고 이쁘다 "마음에 따뜻한 마음을 더합니다   어제 내렸던 비는오늘도 내리고내일도 내리겠지..

"고맙다!

제7화고맙다!  8월 어느 일요일알콩달콩은어머님 댁에 갔어자동차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는데숨이 멎는 줄 알았어더워도 이렇게까지 더울 수가 없더라집안으로 얼른 들어갔지   그런데 말이야집안이 바깥보다 더 찜통인 거야에어컨도 안 켜고 계셨던게 분명해달콩이가 급히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냈어알콩이는 삼다수 2l  생수병이 하나밖에 없는 걸 봤지일단목부터 축여야만 했어달콩이가 건넨 물 한잔이메말라 있던 목줄기를 타고 내려갔어역시 물이 최고야!   에어컨 리모컨을 켰어실외기 팬이 돌아가지 않는 거야에어컨은 날갯짓만 위아래로 움직일 뿐냉기를 보내주지 않았어에어컨을 안켜신게 아니라A/S가 필요했던 거지   오늘은 일요일이야에어컨 엔지니어 출장 서비스는 월요일에나 가능하대어쩌자고하필이면오늘 같은 폭염에 고장이 나야고....

"미움 받을 용기

제6화미움 받을 용기   미움받을까 봐 두려워서가 아니에요376,680 날의 시간들87년의 그 외로웠을 세월들남편 없이 세 아들 홀로 키우셨죠그 시간 그 세월이 너무 아파서 일요일마다 어머님 댁에 가는 거예요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에요45 날의 시간들1998년도 그 추웠던 겨울신생아 중환자실 면회시간 18:00에 매일 오셨죠그 기도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일요일마다 따뜻한 밥상 준비해서 가는 거예요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게 아니에요4,380 날의 시간들119 응급차량 그 위급했던 응급실집 화장실에서 식당에서 식사 도중 쓰러지셨죠그 순간 그 상황이 너무 염려돼서일요일마다 안 드시겠다는 약 드시게 하러 가는 거예요    잘못이라는게 아니에요머리 감기 싫어하는 거미끄럼방지용 운동화 안 신겠다는 거새 ..

"나는 방관자처럼 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제5화나는 방관자처럼 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내가 어디를 가든내가 누구를 만나든방관자처럼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산책길에 쌓인 낙엽잎을 싸리빗자루로 쓸고 무엇을 하든엘그레코의 집이 있는 스페인 톨레도에 어디를 가든옛 친구 누구를 만나든방관자처럼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시어머님 병원 가는 날에몸이 안 좋아서 못 간다고 거짓말을 하는 나를방관자처럼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일요일 아침에결혼기념일이라서 못 간다고 핑계 대는 나를방관자처럼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방관자처럼나를 보지 못하고침묵하지도 못한다   그래서오늘도 나는방관자처럼나를 보고 싶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