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12

"마음 치유

제13화마음 치유  추운 겨울날앙상한 나뭇가지에서홀로 몸부림치던 나뭇잎이겨울바람의 장난짓에맥없이 떨어졌을 때나는 울었다   나는 울고 있었다억장이 무너져서마음이 찢어져서무너져 내린 억장은 앉은뱅이가 되었고찢겨 버린 마음은만신창이가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나는주저앉았고먹는 것조차 잊은 날 위에나는 또날로 야위어 걌다   어찌할까요?소리 내어 통곡한들못 마시는 술을 마신들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고 미술관에 간들억장은 계속 무너져 내리고마음은 계속 찢기는걸요    그러다펜을 들었어요붓펜을요손은 알고 있었나 봐요붓펜의 마력을요흰 도화지 위에붓펜은원하는 대로 그리고가는 대로 따라 그렸어요   무너졌던무너져 내리던 억장이 멈추고찢겼던찢겨 버리던 마음이 멈추고이른 아침의 옹달샘 이슬처럼 억장이 맑아지..

나라면 2024.12.27

"꿈을 꾸었네

제12화꿈을 꾸었네  한 겨울밤에꿈을 꾸었네   나는 긴 생머리너는 짧은 상고머리6학년 1반 팻말이앞 문 위에 걸려 있는어느 작은 교실    아무도 없는 교실 안에나와 너단 둘이서키 작은 책상 의자에 말없이그냥앉아 있었네   겨울의 따사로운 햇살이창가 유리창으로부서져 내리고눈부심은 내 머리 위에 따스함은 네 어깨 위에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던그 순간   앞문이 열리고한 사람이 들어서고너와 눈이 마주친그 사람이쌩하니..새침하게 뒤돌아서서무정하게 가버렸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 2024.12.27

"하다 보면 가다 보면

제10화하다 보면 가다 보면  언제부턴가겨울이 미웠다아니겨울이 무서웠다   차디찬 겨울이란 녀석은인정머리 없게나의 손가락 안으로쓰으윽!쑤시고 들어와서는극심한 통증과 뼈저린 통풍을 툭!무심히 던지고 갔다   이때부터였다손가락으로 펜을 쥘 수 없게 되고허리 디스크로 걷기가 힘들어지고발목의 욱신거림으로 밤잠을 설치게 된 것이이때부터였다   언제부턴가여름이 좋아졌다아니여름이 반가워졌다   뜨거운 여름이란 녀석은고맙게도나의 손가락 안으로스르르!살며시 들어와서는극심한 통증과뼈저린 통풍을확!단숨에 가져갔다   그때부터였다나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셀프 마사지를하다 보니펜으로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되고허리 근력 강화 스트레칭 동작을하다 보니걷기는 물론 조깅까지 가능케 되고발목은 아직까지 꾸준한 스트레칭을 한다그때부터..

나라면 2024.12.24

"세상에서 제일 좋아

제11화세상에서 제일 좋아  양갈래 댕기머리 소녀가등짝에 책가방을 메고딸기 논에냅다앉았다   까만 비닐 옷 입은 딸기나무에는도랑으로 뻗은 가지마다아빠딸기 엄마딸기오빠딸기 언니딸기아기꽃이  피어 있다   빨갛게 잘 익은 딸기큼직한 아빠딸기를양갈래 댕기머리 소녀는한참을 들여다본다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검지와 중지 사이로딸기 꼭지를 잡고거침없이 딴다입술이 딸기향으로 물든다   다음은...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딸기예쁜 엄마딸기를양갈래 댕기머리 소녀는검지와 중지 사이로딸기 꼭지를 잡고냉큼 잡아 딴다입안 가득 딸기향이 번진다   아침의 이슬 먹고쑥쑥 자라고 있는 딸기잘생긴 오빠딸기떼깔좋은 언니딸기를양갈래 댕기머리 소녀는 바라본다한참을 바라본다눈 안 가득 행복이 넘친다   아침의 이슬 맞고꽃잎 떨군 아기꽃딸기잎..

나라면 2024.12.17

"삶 _성장의 기쁨은 단순한 행복 그 이상이다

제10화오늘 밤까지 살라동시에 영원히 살라  어떻게 살 것인가?물음이 너무 어렵다대답을 찾기 어렵다반 평생 살아도 제자리 물음표다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살아간다선하게 살아간다   마음속에서 찬바람이 분다오래전부터 내 안에 있던 바람이다나는 어디서 와서어디로 가는가검은 머리가 하나 둘 파뿌리가 되어가고 있다지금도 물음표다   이상적인 삶으로 향한다성장하는 삶이다행복한 삶이다변화하는 삶이다불안과 의심의 골짜기를 지나다툼이라는 큰 산기슭을 넘어나와 나의 관계를 알고나와 세상의 관계를 이해하고나와 주변이 교감한다   말없이 응시한다눈빛교감이다말없는 소통이다진정한 소통이다기쁨의 불꽃이 튀겨밝고 즐거운 기분이 주변에 선한 영양력을 선사한다성장하는 삶이다   왜 성장은 해야 하는가?기쁨과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몰입은 자..

나라면 2024.12.08

"삶이 속일지라도

제8화 삶이 속일지라도   12시간 핏물 뺀 우족혹시라도 잘라낸 뼈에 뼈가루가 붙어 있을 까봐 구석구석 솔로 닦아내리아버지께서 드실 우족이니까  6시간 우려낸 우족탕혹시라도 뽀얀 국물에 지방이 남아 있을까 봐구석구석 수저로 걷어내리아버지께서 드실 탕국이니까   소분하여 통에 담은 우족탕혹시라도 큰 통에 담아 두고 드시면 상할까 봐옹기종기 작은 통에 담아내리아버지께서 드실 식사니까  찌고 삶은 고구마와 밤혹시라도 먹기 귀찮아하실까 봐아기자기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밤 속만 파서 담아내리엄마께서 드실 간식이니까   오늘도나의 기쁨과 행복은기쁘면서 슬프고즐거우면서 우울하리니   나의 마음은현재에 살지만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걱정은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고나의 삶은 밝은 곳을 향해 물처럼 흘러가리라 ..

나라면 2024.11.20

"한결같은 삶

제6화한결같은 삶   들린다!네잎클로버 소리나에게만 들리는 소리바람소리 타고 온다   흔든다!네잎클로버 손짓나에게만 보내는 손짓가을햇살 타고 온다   찾았다!네잎클로버 네 잎나에게만 허락한 네 잎맑은 빛깔 타고 온다   읽는다!네잎클로버 편지나에게만 보낸 편지고운 맘씨 타고 온다   쓴다!네잎클로버 이야기나에게만 들려준 이야기붓펜 타고 온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 2024.11.18

"어떤 모습으로든

제5화어떤 모습으로든  노거수 은행나무 어떤 모습으로든3월 새싹 돋고6월 초록빛 뽐내고9월 열매 맺고11월 샛노랗게 물들고  명륜당 앞 은행나무 어떤 모습으로든3월 벌레 없고6월 진딧물 못살고10월 지독한 악취 나고11월 샛노랗게 쌓이고  금천현 관아 터 은행나무 어떤 모습으로든3월 맹아 움트고6월 차소리 매연 견디고9월 원줄기 죽고11월 좀비 수준의 생명력이고  용문산 용문사 은행나무 어떤 모습으로든3월 하늘 향해 자라고6월 뭉개구름 꼭대기 걸리고9월 가을햇살 닿고11월 가을하늘 노랗게 물들고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 은행나무 열매어떤 모습으로든외종피 고약한 냄새나고 중종피 희고 단단하고내중피 아주 얇은 갈색이고배젖 연하고씨눈 'V'자 모양이더라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 2024.11.14

"왜!

제4화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어왜!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았지왜!잘하는 일을 하지 않았지왜!진학 대신 취업을 했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어왜!나보다 남편을 위해 사는지왜!맵씨보다 맘씨를 먼저 보는지왜!돈보다 사랑이 소중한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거야왜!요양원이 아닌 자택에서 마지막을 보내고자 하는지왜!증여가 아닌 상속을 선택하고자 하는지왜!생명연장거부 신청을 해야 하는지 과거에도현재에도미래에도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생각하기왜!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 2024.11.12

"마음이 고요해질 때

제3화마음이 고요해질 때 참새가 운다"짹짹짹"참새가 노래한다"짹짹짹"참새가 말한다"짹짹짹" 내 마음이 운다"...."내 마음이 노래한다"...."내 마음이 말한다."...." 두 손으로 꽃 잡고 향기를 맡는다햇살에 내 몸을 맡기고 햇빛을 먹는다두 눈을 꼭 감고 소리를 듣는다.마음이 고요해진다. 마음이 고요해질 때향기는 꽃에 머물고햇살은 몸에 비치고소리는 하늘에 닿는다   감사합니다.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