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펜과 네잎클로버 16

"하다 보면 가다 보면

제10화하다 보면 가다 보면  언제부턴가겨울이 미웠다아니겨울이 무서웠다   차디찬 겨울이란 녀석은인정머리 없게나의 손가락 안으로쓰으윽!쑤시고 들어와서는극심한 통증과 뼈저린 통풍을 툭!무심히 던지고 갔다   이때부터였다손가락으로 펜을 쥘 수 없게 되고허리 디스크로 걷기가 힘들어지고발목의 욱신거림으로 밤잠을 설치게 된 것이이때부터였다   언제부턴가여름이 좋아졌다아니여름이 반가워졌다   뜨거운 여름이란 녀석은고맙게도나의 손가락 안으로스르르!살며시 들어와서는극심한 통증과뼈저린 통풍을확!단숨에 가져갔다   그때부터였다나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셀프 마사지를하다 보니펜으로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되고허리 근력 강화 스트레칭 동작을하다 보니걷기는 물론 조깅까지 가능케 되고발목은 아직까지 꾸준한 스트레칭을 한다그때부터..

나라면 03:52:46

"당연한 오늘이 특별한 오늘입니다

제9화 당연한 오늘이 특별한 오늘입니다 일요일은친정 가는 날당연한 오늘이특별한 오늘입니다 아버지께는노란빛깔 고운 늙은호박죽 끓여 담고엄마께는양모털 따스운 꽃무늬 조끼 사서 들고오빠에게는살아 숨 쉬는 유산균종균 요거트 만들어 담고남동생에게는프라이팬으로 노릇노릇 눌린 누룽지 들고 간다 손 큰 둘째 언니는등심생고기 구워 쌈채소에 기름장과 양념장 곁들여 넉넉하게 해주고 아낌없이 퍼주는 셋째 언니는바다향 가득한 생굴 한아름 사와밀가루 입히고 계란 묻혀 맛깔스러운 굴전을 내어주고 덤으로달달한 향기 품은 탱탱한 설향딸기와담백한 꼬막무침까지 푸짐하게 사준다 나는 안다 나의 그릇은 국그릇이라는 것을나는 안다언니들의 그릇은 냉면그릇이라는 것을 국그릇은 그만큼만 하는데냉면그릇은 그만큼보다더 해주고더..

친정라면 2024.12.23

"네 맘에 드는 색으로 골라봐라

제8화네 맘에 드는 색으로 골라봐라   일요일은시댁 가는 날이다오늘의 메뉴는동지팥죽이고후식 과일은 샤인머스캣과 설향딸기고저녁 간식은카스테라빵이다   "왔냐?"주름진 얼굴에 화색이 도신다"뭘 이렇게 많이 사 왔냐?"아들 손에 들린 쇼핑백을 보신다"오랜만에 동지팥죽을 먹어보네"며느리 상차림에 흡족해하신다"맛있게 잘 먹었다"참 듣기 좋은 말씀이시다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안방문을 열고 다시 나오시더니수줍은 소녀처럼 웃으신다가쁜 숨을 몰아쉬시며굽은 허리 뒷짐에서 옷을 내미신다알록달록 예쁜 꽃무늬조끼다   "며느리들 하나씩 주려고 샀다"마음에 햇살이 비칩니다"네 맘에 드는 걸로 골라봐라"햇살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분홍색이 젊고 이쁘다 "마음에 따뜻한 마음을 더합니다   어제 내렸던 비는오늘도 내리고내일도 내리겠지..

"장욱진 그림과의 만남(9)

제9화누워서 바라본다   학교에서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청보리 춤추는 논두렁에 벌러덩 누워양팔 뒤로 접어 팔베개하고하얀 뭉게구름 노니는 하늘을 쳐다본다   눈부심은캔디 책받침 꺼내 해님 가리고청보리로는 피리 만들어삐~소리 나는 대로 마구 불어댄다가끔은 삐리릭~ 구색 맞는 소리도 난다   누워서 바라본 하늘은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우주다마치 무중력 행성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서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바라보는 하늘과 다르다누워서 곧바로 바라보는 하늘은 나의 우주다   하늘에 무슨 모양의 구름이 떠 있는지구름의 모양이 어떤 동물로 변해가는지변한 동물들은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나는 한참을 누워서 바라본다   머리에 밀짚모자를 쓴 뽀글머리 엄마양이기저귀 찬 아기 양 3마리와 소풍 왔나 봐그런데조심해야 해!엄..

Art라면 2024.12.20

"장욱진 그림과의 만남(8)

제8화간절함이 하늘에 닿다   산이 좋다참좋다   나의 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산속에 머문 나무향기를 싣고코끝으로 들어온다   수능 백일기도 중인 이웃 언니 따라 북한산 삼천사에 왔다정적만이 흐르는 고요한 산속에계곡물소리가 경쾌하다입을 크게 벌리고 힘껏 공기를 마신다코를 크게 벌리고 또 한 번 힘껏 공기를 마신다두 눈을 살며시 감아본다넓고 큰 자연을 내 마음 안으로 옮겨 놓는다   자연이 참 좋다참 좋다   대웅전 불상 앞에 섰다처음이다절하는 법을 모르니 어깨너머로 보고 따라 한다   스님의 목탁소리가 대웅전을 울리고수능 기도문을 읽는 부모의 목소리만이 들리는 이곳에서나는 기도한다한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한다앉았다 일어섰다가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한다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고 또또 바라고...나..

Art라면 2024.12.20

"세상에서 제일 좋아

제11화세상에서 제일 좋아  양갈래 댕기머리 소녀가등짝에 책가방을 메고딸기 논에냅다앉았다   까만 비닐 옷 입은 딸기나무에는도랑으로 뻗은 가지마다아빠딸기 엄마딸기오빠딸기 언니딸기아기꽃이  피어 있다   빨갛게 잘 익은 딸기큼직한 아빠딸기를양갈래 댕기머리 소녀는한참을 들여다본다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검지와 중지 사이로딸기 꼭지를 잡고거침없이 딴다입술이 딸기향으로 물든다   다음은...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딸기예쁜 엄마딸기를양갈래 댕기머리 소녀는검지와 중지 사이로딸기 꼭지를 잡고냉큼 잡아 딴다입안 가득 딸기향이 번진다   아침의 이슬 먹고쑥쑥 자라고 있는 딸기잘생긴 오빠딸기떼깔좋은 언니딸기를양갈래 댕기머리 소녀는 바라본다한참을 바라본다눈 안 가득 행복이 넘친다   아침의 이슬 맞고꽃잎 떨군 아기꽃딸기잎..

나라면 2024.12.17

"첫사랑 나의 마지막 사랑

제10화첫사랑 나의 마지막사랑 첫사랑에손만 잡았지 마지막 사랑에손을 잡았고둘이함께같은 밤도 보냈지 바람 불어 기분 좋은 10월의어느 가을날은행잎 쌓인 노란 길그 길을둘이손잡고 걸었고 햇살 눈부신 기분 좋은4월의어느 봄날벚꽃 휘날리던 꽃비 길그 길을둘이차타고 다녔어 그렇게처음으로가슴 설레던 순간첫사랑이 오고 그리고바로이거다 싶은 순간나의마지막 사랑이 되었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도 따뜻해집니다

제10화나도 따뜻해집니다  국립암센터 1층 창구노오란 환복을 입은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나의 눈은빠르게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손을 맞잡고 앉아 있는 부부어깨를 감싸고 앉은 모녀혼자 앉아 있는...   엉덩이를 번쩍 들고 일어서더니나를 향해활짝 웃는 얼굴이 있다오른손 왼손양손을 높이 들고마구마구 흔든다노오란 환복이다   초음파실의 자동문이열리고노오란 환복을 입은 친구가들어가고초음파실의 자동문이닫힌다   CT실의 자동문이열리고노오란 환복을 입은 친구가들어가고CT실의 자동문이닫힌다   PET실의 자동문이열리고노오란 환복을 입은 친구가들어가고PET실의 자동문이닫힌다   열리고닫히는자동문이괜스레 야속하다   새벽 KTX를 타고  9시 40분에 도착한 친구택시 타고 10시에 도착한 나   친구는 공복 상태로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