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내편라면

"당신 참 애썼다

클로버 세상 2024. 11. 28. 23:31

붓펜과 네잎클로버_내편라면

 

제6화
당신 참 애썼다

 

 

일천일백구십구년 입사

이천이십사년 퇴사

당신 사느라

당신 살아내느라

당신 여기까지 오느라

당신 참 애썼다

 

 

 

지하철 푸시맨이 있던 1992년

지하철이 지옥철이던 시절

버스 타고 지하철 환승 또다시 버스 타고 출퇴근

사수 선배조차 없던 신입사원 총무

집보다 사무실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았다고 말했지

양복 주머니 안에는 늘 사직서가 숨죽이고 있었다고 했어

 

 

 

밀레니엄 2000년

IMF 경제외환위기 영향으로 언제 해고될지 모르던 시절

큰아이 응급 수술

둘째 아이 출생 

처자식 세명의 목숨이 나 한 명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지

내일 회사 나오지 말라고 할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어

 

 

 

본사 영업팀장이던  2011년

2007년 3월 이사 승진발령을 앞두고 2월에 응급 심근경색 시술 

2011년 1월 관상동맥우회술 

7일 병가 내고 7일 만에 출근하는 당신 모습에 참 많은 눈물을 흘렸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슴에 박은 철심이 살을 후벼 판다고 말했어

 

 

 

지점장 발령 2013년

건강상의 이유로 임원발령은 무기한 유보

2016년 최우수 지점장 수상

광화문 포시즌에서 디너행사 및 숙박 그리고 포상금

지점장의 역할은 사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지

두 아이가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된다고 말했어

 

 

 

은퇴 2024년

한 직장에서 33년 근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아름다운 뒷모습

2월 26일 송별식 하고 퇴근길에 자동차 접촉 사고 

회사에서 받은 감사패와 금일봉을 고맙다며 내게 건넸지

그동안 죽을힘을 다해 회사 다녔으니 이제는 집에서 쉬겠다고 말했어 

 

 

 

이제는 그만 일하고

앞으로는 그냥 집에서 쉬세요

그동안 사느라

그동안 살아내느라

그동안 여기까지 오느라

그동안 참 애쓰셨어요

 

 

 

안녕하세요.

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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