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꽃이 핀다
"아버지! 온 세상이 꽃대궐 같아~ 밖에 나갈까?"
"휠체어 타고 가야지 걸어서는 못가야~ 네가 올래?"
"내가 갈게"
이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4월 7일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잊지못할 그 봄날을
"엄마! 밖에 꽃비가 내리는데 꽃구경 나갈까?"
엄마의 흰머리 위로
엄마의 가냘픈 손과 주름진 얼굴 위로
눈부신 봄햇살이 입맞춤을 하자
흰머리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가냘픈 손과 주름진 얼굴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우이천 데크길에 쭉 늘어선 오래된 벚꽃나무들은
엄마와 나에게 꽃잎지붕을 만들어 주었다
천상의 천사가 내려오는 날이 있다면 오늘 같은 날이리라
만개한 꽃잎은 작은 바람을 타고 이내 엄마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엄마의 무릎에 내려앉은 고운 꽃잎 7잎
고운 꽃잎이 다칠세라 살며시 집어 손바닥으로 살짝 쥔다
어느새 노모는 꽃다운 소녀가 됐다
"이렇게 예쁜 꽃은 왜 그리도 빨리 지는지 몰라야~
오랫동안 피어 있으면 좋으련만"
엄마의 목소리에 깊고 깊은 삶의 여정이 담겨 있다
미세한 바람에 덩실덩실 춤추고 내리던 고운 꽃잎가루들
그 아래에서 웃음짓던 엄마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손바닥으로 쥐고 온 7 꽃잎은 그날 엄마 방에서 엄마와 함께 잠들었다
"아버지! 너무 오래 기다렸지? 마스크 쓰고 나갈까?"
해병대 빨간 모자를 쓰고 하얀 마스크를 착용하고
엄마가 갔던 윗길 반대편인 아랫길로 갔다
샛노랗게 핀 노오란 개나리옆에 연분홍 복사꽃이 곱다
엄마가 예쁘다고 했던 복사꽃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 마음에도 복사꽃이 피었다
어느새 노부는 수줍은 소년이 됐다
2024년 4월 7일 13시 30분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잊지못할 그 봄날
봄햇살 머금은 엄마의 미소와
연분홍 복사꽃 닮은 아버지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사진으로 남기고 영상으로 담아서 내 마음에 저장하고
꽃이 하나둘 피어오는 날 함께 피어나리라
안녕하세요.
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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