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라면/사진라면

"씨갈무리 이야기

클로버 세상 2024. 12. 17. 07:57

글/사진 박현자

 

 

 

2024.12월호
씨갈무리 이야기

 

 

뜨겁게 달군 한해살이가 끝났다

겹겹이 걸친 옷을 벗어 재끼고

이제는 거꾸로 서야 힐 시간.

 

 

 

햇살의 스캔에 걸리면 안 돼.

처마 밑에 매달려 바람을 껴안고

철 지나 꿈틀거리는 세포를 바짝 말려

몸이 쭈글쭈글해져야 돼

 

 

 

마냥 빈둥거리다 겨울을 맞았다간

얼어붙어 해동된 몸으로

다음번의 봄은 안 올지도 몰라

 

 

 

치렁치렁한 내 머리카락 질끈 동여맨다.

습한 마음 처마 밑에 걸어두고

가슴속 묵혀둔 감정을 삭여낸다

 

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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