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라면/사진라면

"너와 나 송전탑처럼 가자

클로버 세상 2024. 12. 23. 05:01

글/사진 박현자

 

제4화
너와 나 송전탑처럼 가자
가족간의 거리두기

 

 

 

산봉우리마다 단호하게 버티고 서 있는 송전탑들은

멀리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지만

길게 뻗어 잡은 손만큼은 뜨겁고 강렬하다

 

 

 

송전탑들은 간격 벌리기와 좁히기의 시행착오 끝에

각자 서 있어야 할 최적기의 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너와 나 송전탑처럼 산과 바다를 건너자

 

 

 

한 발 가까워질수록 급상승하는 바람과 기대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깊어간다

 

 

 

끊어낼 수 없는 인연으로 연결된 우리들

돌발 상황에 중심을 잃고 벗어난 거리의 오차는

미련 없이 털어낼 수 있는 접지선을 쥐고 가자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비바람을 견딜 수 있다

어둠 속으로 빛을 실어 산과 바다를 가는 송전탑처럼

밤이 오면 우리 달빛을 베고 함께 잠들자

 

 

안녕하세요.

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친정라면 > 사진라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와 우리는  (1) 2024.12.23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곳  (2) 2024.12.23
"씨갈무리 이야기  (1) 202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