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64

"오늘 부는 바람은 소슬한 가을바람

제7화 오늘 부는 바람은 소슬한 가을바람  바람이 분다신바람 나는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너의 봄바람이   바람이 지나간다회오리바람 처럼뿌리째 뽑히고 쓰러져 부서진나의 겨울바람이  너의 아픔은쇼팽의 에튀드 10번 NO3이별의 곡처럼감미롭고 부드러운 선율을 타고추억의 저편 너머로 지나가겠지  나의 아픔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끈기와 회복력처럼잔잔한 위로의 메시지를 받고악몽의 시간 너머로 지나갈 거야   오늘도 바람이 분다너의 봄바람도 나의 겨울바람도 아닌소슬한 가을바람이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18라면 2024.11.26

"나는 행복합니다

제6화나는 행복합니다   첫 출근하던 날일 마치고 집 오던 길가을바람이 지나가다내 옷자락 위에슬쩍 걸쳐 놓고 간단풍잎 하나   이리보고저리보고위로 올려보고밑으로 내려보고퇴근길 나의 친구단풍잎 하나   '나의 소중한 사람아' 시집책장을 펼치고'너를 위하여' 김남조 시인책장 사이에 고이 넣고나의 친구 단풍잎 하나에 나는 행복합니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딸라면 2024.11.26

"웃음으로 묻고 미소로 답하고 생각으로 나아간다

제5화웃음으로 묻고 미소로 답하고 생각으로 나아간다   너의 웃음소리예쁜 소리이른 새벽 직박구리 깨우는 아침 소리예쁜 웃음소리로 묻고  너의 미소환한 미소창문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환한 미소로 답하고   너의 생각밝은 생각내 뜻대로 안되는 일은 더 큰 뜻을 향한 밑거름밝은 생각으로 나아간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딸라면 2024.11.26

"희극처럼 지냈던 시간들

제5화희극처럼 지냈던 시간들  1살세상에 너무 일찍 나왔지몸에 맞는 배냇저고리가 없었어엄마 목소리에 까르르 웃고아빠 숨소리에 스르르 잠이 들었어   2살엄마 구두를 신고 놀았지의자 위에 올라서서 설겆지를 했어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고아빠 발을 잡고 흔들흔들 비행기를 탔어   3살병원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았지노란 은행잎이 떨어지고 있었어엄마는 감사 기도를 드리고아빠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켜줬어   4살유아스포츠단에서 태권도를 배웠지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놀았어엄마는 세발자전거를 밀어주고아빠는 주말마다 내가 좋아하는 기차박물관에 갔어  5살유치원에서 친구들을 사궜지싱싱카를 타고 다녔어엄마는 동화책을 읽어주고아빠는 기타 치고 노래를 불렀어   8살초등학교 운동장에 앉아 떨어지는 벚꽃을 보고 시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처럼

제4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처럼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 치는 날에도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변하지 않는 네 빛'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처럼언제나 변하지 않는 울 큰언니겉절이가 먹고 싶다면겉절이 뚝딱 만들고감자갈치조림이 먹고 싶다면감자갈치조림 뚝딱 내놓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처럼언제나 식지 않는 울 둘째 언니볼링이 치고 싶다면볼링장  냉큼 데려가고딸기가 먹고 싶다면딸기농장 후딱 달려가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처럼언제나 변치 않는 울 셋째 언니다산초당 강진에 가고 싶다면정약용 유배지 다성각 부릉 가고청보리밭이 보고 싶다면제주 가파도 윙~ 가고   나는우울한 날이나 지치고 힘든 날에도언제나 한결같이 푸르른 언니들이 있습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정라면 2024.11.25

"울고 웃고

제6화울고 웃고   목련하얀 백목련이 입을 벌리던 날나는너의 이별 문자를 받았어이별그것은 너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것   개나리노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리던 날나는 너의 결혼 소식을 들었어결혼그것은 너에게 연락하면 안 된다는 것   양귀비붉은 양귀비가 당현종의 마음을 빼앗던 날나는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어만남그것은 나의 사랑이 시작 된다는 것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18라면 2024.11.24

"나는 방관자처럼 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제5화나는 방관자처럼 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내가 어디를 가든내가 누구를 만나든방관자처럼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산책길에 쌓인 낙엽잎을 싸리빗자루로 쓸고 무엇을 하든엘그레코의 집이 있는 스페인 톨레도에 어디를 가든옛 친구 누구를 만나든방관자처럼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시어머님 병원 가는 날에몸이 안 좋아서 못 간다고 거짓말을 하는 나를방관자처럼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일요일 아침에결혼기념일이라서 못 간다고 핑계 대는 나를방관자처럼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방관자처럼나를 보지 못하고침묵하지도 못한다   그래서오늘도 나는방관자처럼나를 보고 싶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몹시도 좋았다

제5화 몹시도 좋았다   나와 전화통화 하는 그 목소리가 좋았다몹시도 좋았다   나와 눈 맞춤을 하는 그 눈빛이 좋았다몹시도 설렜다   나와 동행을 하는 그 친절이 좋았다몹시도 다정했다   나와 음악을 듣는 그 감성이 좋았다몹시도 달콤했다   그런 그가 나 말고 다른 이를 쳐다보았다   나 말고 다른 이와 식사를 하는 그가 미웠다몹시도 질투가 났었다   나 빼고 다른 이와 영화를 보는 그가 미웠다몹시도 속상했었다   그랬던 내가지금은 그  모든 순간들까지 그리워하고 있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18라면 2024.11.22

"시작하라

제4화시작하라  무조건 시작해 봐학원 등록도 좋고헬스장 등록도 좋고여행 가는 것도 좋고그냥 뭐라도 좋으니 시작해 봐   너를 위해서 시작해 봐토마스 랜드가 있는 영국에 가보고 싶어 했잖아의왕시 철도 박물관에서 일하고 싶어 했잖아역사 탐방 다니며 찾은 유물들을 용산 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잖아그냥 네가 좋아하는 거를 시작해 봐   늦지 않았으니 시작해 봐60대 아빠는 은퇴 후 한자 이만자 외우기에 도전 중이고50대 엄마는 치매 예방을 위해 다시 스토쿠 완전정복 중이고20대 동생은 외국 근무를 목표로 벤처기업에 다닐 예정이고그냥 늦지 않았으니 하고 싶은 거를 시작해 봐   눈치 보지 말고망설이지 말고서성이지 말고네가 하고 싶은 것을 너 자신을 위해서 시작했으면 좋겠구나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하고 싶은 말

제4화하고 싶은 말   알콩이 달콩에게 하고 싶은 말"어머님  시설 좋은 요양원 알아봐서 모시는 게 어때요?"  경증 치매일 때 입소하시면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건강 챙기시고쾌적한 환경에서 노인성피부질환인 가려움증도 호전되고걷다 턱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없고대화가 가능하시니 의사표현도 잘 하실거고   더 심해지셔서 입소하시게 되면그 누구도 몸에 손을 못 대고 하실 거고요실금 팬티도 절대 착용하지 않으실 거고약을 드시라 해도 나중에 먹겠다고 안 드실 거고고집부리시다 자존심 세우시다가 싸우는 일만 생기실 거고   알콩이 달콩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후련하다 찝찝하고달콩이  알콩이의 하고 싶은 말을 다 들으면답답하다 속상해하고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침묵에 갇힙니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