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잘 가요 제14화2024년 잘 가요 2024년이 가려해어제까지만 해도마감임박 같은 기분은 아니었는데 말이야분명이런 마음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고노트북 옆의 거울을 들여다봐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야속해서일까떠나간 사람에 대한슬픔때문일까분명이런 감정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어제보다는오늘이분명 좋았고어제보다는오늘이늘 감사했던2024년이었는데... 나는힘없이2024년마지막을 보내고 있어 잘 가!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 2024.12.31
"마음 치유 제13화마음 치유 추운 겨울날앙상한 나뭇가지에서홀로 몸부림치던 나뭇잎이겨울바람의 장난짓에맥없이 떨어졌을 때나는 울었다 나는 울고 있었다억장이 무너져서마음이 찢어져서무너져 내린 억장은 앉은뱅이가 되었고찢겨 버린 마음은만신창이가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나는주저앉았고먹는 것조차 잊은 날 위에나는 또날로 야위어 걌다 어찌할까요?소리 내어 통곡한들못 마시는 술을 마신들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고 미술관에 간들억장은 계속 무너져 내리고마음은 계속 찢기는걸요 그러다펜을 들었어요붓펜을요손은 알고 있었나 봐요붓펜의 마력을요흰 도화지 위에붓펜은원하는 대로 그리고가는 대로 따라 그렸어요 무너졌던무너져 내리던 억장이 멈추고찢겼던찢겨 버리던 마음이 멈추고이른 아침의 옹달샘 이슬처럼 억장이 맑아지.. 나라면 2024.12.27
"꿈을 꾸었네 제12화꿈을 꾸었네 한 겨울밤에꿈을 꾸었네 나는 긴 생머리너는 짧은 상고머리6학년 1반 팻말이앞 문 위에 걸려 있는어느 작은 교실 아무도 없는 교실 안에나와 너단 둘이서키 작은 책상 의자에 말없이그냥앉아 있었네 겨울의 따사로운 햇살이창가 유리창으로부서져 내리고눈부심은 내 머리 위에 따스함은 네 어깨 위에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던그 순간 앞문이 열리고한 사람이 들어서고너와 눈이 마주친그 사람이쌩하니..새침하게 뒤돌아서서무정하게 가버렸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 2024.12.27
"까마귀 구슬프게 우는 성탄절 제10화까마귀 구슬프게 우는 성탄절 '너는 마땅히 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아버님의 말씀 받들어평생 여색과 재물을 멀리하고정직함과 충성심으로전투에서 전승을 거두며왜구와 홍건적 침입으로부터나라를 지켜낸 고려 말 무민공 최영 장군 장대한 기골과영민한 기상과늠름한 풍채와뛰어난 용맹과탁월한 지모로문무를 겸비한비범한 인물이었으니어찌 매료되지 아니하리오 가을내 떨어져 수북이 쌓인 낙엽들그 위에 또 쌓인 하얀 눈눈 쌓인 낙엽길을그 숲길을 걸어간다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겨울숲온전한 고요함에 묻히고고요한 정막감에 스며든다우리는 비포장 숲길을 지나층층층 돌계단을 오르자니주차장 앞 비석이 생각났다'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황금을 돌 같이 보았으니오르는 길에 돌계단이 놓인 것 또한 마땅하리오 산 정상에 올라.. 나라면/부부라면 2024.12.25
"연인과 친구 사이 제14화연인과 친구 사이 연인이었을까너와 나는서로 다름에 끌렸다 친구였을까너와 나는서로 같음에 끌렸다 너는 나를 0순위라 말하지순위가 없다고 해나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말하지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 너와 함께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나와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이 있어보고 싶은 영화가 다르지 않고듣고 싶은 음악이 같지도 않다 너와 둘이 먹었던 햄버거는 서로 같지 않았고나와 둘이 샀던 선글라스는서로 다르지 않았다 너는 나의 연인이었고나는 너의 친구였고우리는 서로의 다름에 끌렸고서로의 같음에 끌렸으리라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18라면 2024.12.25
"장욱진 그림과의 만남(12) 제12화'아내'라는 존재 내버려 둔 것뿐이에요혼자 하시고 싶어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바라볼 뿐이에요남이 안하거나 못하는 일을 멋대로 하실 수 있도록 괴로울 때는그분이 작품이 안되고 내부의 갈등이 심해져스무날 꼬박 술만 드십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그분이 숫돌에 몸을 가는 것 같은 소모 후다시 캔버스에 밤낮없이 몰두하지요 오늘은장욱진의 그림에 스며든 채로이순경 여사의 말을 새겨봅니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Art라면 2024.12.25
"장욱진 그림과의 만남(11) 제11화참새 잡이놀이 하얀 눈이 내린파란 기와집 마당 한 귀퉁이에쌀겨가 높다랗게 쌓였다그 앞에 키 작은 꼬마가 서 있고그 옆을 참새떼 여러 무리가 포진하고 앉아 있다꼬마는 생각했다도망가지 않는 참새라면내 친구가 될 수 있겠는데.. 꼬마의 아버지가 마당에 나오자쌀겨에 주둥이를 파묻고정신없이 먹이를 쪼던 참새들이일제히 날아오른다꼬마는 생각했다참새가 내 친구는 될 수 있어도아버지의 친구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의 참새 잡이놀이가 시작됐다조심스럽게 소쿠리를 비스듬히 세우고그 안에 쌀알을 한 줌 뿌려놓았다참새들은 쌀알의 유혹을 참지 못할 것이다나무 막대기를 걸치고 거기다가 줄을 묶고묶인 줄은 꼬마 손에 쥐어준다꼬마는 줄을 잡고툇마루를 지나안방 문지방을 넘어구들장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안방 문을 빼꼼히.. Art라면 2024.12.24
"하다 보면 가다 보면 제10화하다 보면 가다 보면 언제부턴가겨울이 미웠다아니겨울이 무서웠다 차디찬 겨울이란 녀석은인정머리 없게나의 손가락 안으로쓰으윽!쑤시고 들어와서는극심한 통증과 뼈저린 통풍을 툭!무심히 던지고 갔다 이때부터였다손가락으로 펜을 쥘 수 없게 되고허리 디스크로 걷기가 힘들어지고발목의 욱신거림으로 밤잠을 설치게 된 것이이때부터였다 언제부턴가여름이 좋아졌다아니여름이 반가워졌다 뜨거운 여름이란 녀석은고맙게도나의 손가락 안으로스르르!살며시 들어와서는극심한 통증과뼈저린 통풍을확!단숨에 가져갔다 그때부터였다나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셀프 마사지를하다 보니펜으로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되고허리 근력 강화 스트레칭 동작을하다 보니걷기는 물론 조깅까지 가능케 되고발목은 아직까지 꾸준한 스트레칭을 한다그때부터.. 나라면 2024.12.24
"당연한 오늘이 특별한 오늘입니다 제9화 당연한 오늘이 특별한 오늘입니다 일요일은친정 가는 날당연한 오늘이특별한 오늘입니다 아버지께는노란빛깔 고운 늙은호박죽 끓여 담고엄마께는양모털 따스운 꽃무늬 조끼 사서 들고오빠에게는살아 숨 쉬는 유산균종균 요거트 만들어 담고남동생에게는프라이팬으로 노릇노릇 눌린 누룽지 들고 간다 손 큰 둘째 언니는등심생고기 구워 쌈채소에 기름장과 양념장 곁들여 넉넉하게 해주고 아낌없이 퍼주는 셋째 언니는바다향 가득한 생굴 한아름 사와밀가루 입히고 계란 묻혀 맛깔스러운 굴전을 내어주고 덤으로달달한 향기 품은 탱탱한 설향딸기와담백한 꼬막무침까지 푸짐하게 사준다 나는 안다 나의 그릇은 국그릇이라는 것을나는 안다언니들의 그릇은 냉면그릇이라는 것을 국그릇은 그만큼만 하는데냉면그릇은 그만큼보다더 해주고더.. 친정라면 2024.12.23
"너와 나 송전탑처럼 가자 제4화너와 나 송전탑처럼 가자가족간의 거리두기 산봉우리마다 단호하게 버티고 서 있는 송전탑들은멀리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지만길게 뻗어 잡은 손만큼은 뜨겁고 강렬하다 송전탑들은 간격 벌리기와 좁히기의 시행착오 끝에각자 서 있어야 할 최적기의 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너와 나 송전탑처럼 산과 바다를 건너자 한 발 가까워질수록 급상승하는 바람과 기대는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깊어간다 끊어낼 수 없는 인연으로 연결된 우리들돌발 상황에 중심을 잃고 벗어난 거리의 오차는미련 없이 털어낼 수 있는 접지선을 쥐고 가자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비바람을 견딜 수 있다어둠 속으로 빛을 실어 산과 바다를 가는 송전탑처럼밤이 오면 우리 달빛을 베고 함께 잠들자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 친정라면/사진라면 202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