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라면

"잔잔한 기쁨

클로버 세상 2024. 11. 18. 21:49

붓펜과 네잎클로버_친정라면

 

제3화
잔잔한 기쁨

 

 

식탁 위에서 울리는 딸의 휴대폰

이른 아침 누구지?

86세 노부의 이름 세 글자

"도라지하고 더덕 사다 놨다~"

 

 

 

일요일 시댁 다녀오는 길에 울리는 딸의 휴대폰

늦은 오후 누구지?

86세 노부의 이름 세 글자

"칼 갈아놨다~"

 

 

 

부싯돌에 칼 갈아 주시고

시장에서 도라지 사다 주시고

통마늘 껍질 까 갈아 냉동 보관했다 주시고

"마늘 갈아뇠다~ 언제 와서 가져가야~"

 

 

 

소파 위에서 울리는 아버지의 휴대폰

이른 아침 누구냐?

막내딸 목소리

"아버지~ 겨울 방한모자 사다 놨어~"

 

 

 

시장 다녀오는 길에 울리는 아버지의 휴대폰

늦은 오후 누구냐?

막내딸 목소리

"아버지~ 우족탕 끊여 놨어~"

 

 

 

가스불에 핏물 뺀 우족 하루종일 끊이고

쇼핑몰에서 방한 모자 주문하고

단감 사서 껍질 벗겨 냉장고에 넣었다 갖다 드리고

"아버지~ 우족탕이랑 방한모자 갖다 드릴게"

 

 

 

안녕하세요.

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