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상회

제4화너가 왔으면 좋겠다  보이니?가을비에 젖은 은행잎들이비에 젖은 차창 위에 간신히 붙어 있어   들리니?가을비에 젖은 은행잎들이비에 젖은 나뭇가지 위에  파르르 떨고 있어  받았니?가을비에 젖은 은행잎들이비 맞으며 써내려간 편지에 그리움을 담고 있어   비가 왔었어비가 그쳤어너도 왔으면 좋겠어   이쯤에서너가 왔으면 좋겠어보고 싶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3화오늘도 청춘  휠체어 안 타신다지팡이안 짚는다  세탁기 NO손빨래 YES청소기 NO손청소 YES  요실금팬티안 입으신다메리야스안 입으신다  런닝 NO브래지어 YES라운드티 NO카라티 YES  어머님치매오늘도청춘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2화그리면 그만이지   아이천진난만  가족화기애애  도인여유로운  자연순수 울림  장욱진고백 클로버 세상동심  그리면 그만이지쓰면 그만이지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3화대화  대화시 대화구 대화로 99문이 열리고문이 닫히고넌 의자에  앉고난 침대위 앉고  대화시 대화구 대화로 99"하루종일 게임만 하지?""하루종일 게임만 한다고 생각해요?""밤새 게임만 했지?""밤새 게임만 했다고 생각하세요?"  대화시 대화구 대화로 99탁 문이 열리고쿵 문이 닫히고넌 방에 남고난 거실로 나오고  대화시 대화구 대화로 99마음이 닫히기 전에상처가 깊어지기 전에마음이 떠나가기 전에집 떠나기 전에  대화시 대화구 대화로 99대화역대화 카페대화 열쇠경청..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3화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이다  어느 봄날나른한 오후 똑똑똑  안녕하세요첫인사말두근두근  점심 먹으러 가요다정한 목소리소곤소곤  함께 퇴근해요나란히 걷는 두 사람콩닥콩닥  결혼합니다.맑은 날 날벼락우당탕탕  잘 가요마지막 인사말뚝뚝뚝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2화자신을 잃지 마라  저기 봐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아기 참새비에 젖어 떨고 있어요  앉아봐네 품 안으로 들어온 아기 참새가냘픔 숨을 쉬고 있어요  데려와따뜻한 장판에 누운 아기 참새물 묻은 손가락을 입에 대줘요  돌봐힘겨운 날갯짓하는 아기 참새품 안에서 잠이 들었어요   이런 너였잖니이런 너잖니이런 너일 거잖니  그러니..자신을 잃지 마라믿음을 잃지 마라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2화 너만 보면 힘이 나  일어났다"뭐 먹어?""뭐 먹고 싶은데?"  준비한다단호박 고구마 양상추 샐러드+참깨 드레싱   담는다문어 육회+초고추장  굽는다치킨 윙봉 갈비맛+머스터드 드레싱  먹었다"맛있게 잘 먹었수다""골드 키위도 먹어보숑"  감사의 눈빛행복한 미소너만 보면 힘이 나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2화완벽한 타인  완벽한 인생완벽한 직장완벽한 사랑그 무엇도 완벽할 순 없어  완벽한 남자완벽한 여자완벽한 사람그 누구도 완벽할 순 없어  완벽한 태양완벽한 지구완벽한 우주그 어떤 것도 완벽할 순 없어  그런데 말이지..완벽한 게 있더란 말이지..완벽한 타인부부.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5화어떤 모습으로든  노거수 은행나무 어떤 모습으로든3월 새싹 돋고6월 초록빛 뽐내고9월 열매 맺고11월 샛노랗게 물들고  명륜당 앞 은행나무 어떤 모습으로든3월 벌레 없고6월 진딧물 못살고10월 지독한 악취 나고11월 샛노랗게 쌓이고  금천현 관아 터 은행나무 어떤 모습으로든3월 맹아 움트고6월 차소리 매연 견디고9월 원줄기 죽고11월 좀비 수준의 생명력이고  용문산 용문사 은행나무 어떤 모습으로든3월 하늘 향해 자라고6월 뭉개구름 꼭대기 걸리고9월 가을햇살 닿고11월 가을하늘 노랗게 물들고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 은행나무 열매어떤 모습으로든외종피 고약한 냄새나고 중종피 희고 단단하고내중피 아주 얇은 갈색이고배젖 연하고씨눈 'V'자 모양이더라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제2화어쩔 수 없네  울린다내 핸드폰 벨소리뜬다시어머님 휴대폰 번호 11자리  "얘야! 전기밥솥의 밥이 안된다~""뚜껑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리고 취사 버튼을 누르세요""그래도 안되는데~ 신경질 나 죽겠네""제가 가면 고쳐 드릴게요~"  또 울린다내 핸드폰 벨소리또 뜬다시어머님 휴대폰 번호 11자리  "얘야! 전기밥솥이 고장 났는지 밥이 안된다~""제가 가면 고쳐 드릴게요~""신경질 나 죽겠네~ 네가 올래?""네~ 얘 아빠랑 같이 갈게요"  또다시 울린다내 핸드폰 벨소리또다시 뜬다시어머님 휴대폰 번호 11자리 "야~! 전기밥솥이 안돼~ 고장 났나 봐~!""네~ 고장 났나 봐요""신경질 나 죽겠네~ 언제 올 거냐~?""지금 출발해서 갈게요" 전기밥솥 고장이 아니다사용법을 잊어버리셨다치매..어쩔 수 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