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당연한 오늘이 특별한 오늘입니다
일요일은
친정 가는 날
당연한 오늘이
특별한 오늘입니다
아버지께는
노란빛깔 고운 늙은호박죽 끓여 담고
엄마께는
양모털 따스운 꽃무늬 조끼 사서 들고
오빠에게는
살아 숨 쉬는 유산균종균 요거트 만들어 담고
남동생에게는
프라이팬으로 노릇노릇 눌린 누룽지 들고 간다
손 큰 둘째 언니는
등심생고기 구워
쌈채소에 기름장과 양념장 곁들여 넉넉하게 해주고
아낌없이 퍼주는 셋째 언니는
바다향 가득한 생굴 한아름 사와
밀가루 입히고 계란 묻혀 맛깔스러운 굴전을 내어주고
덤으로
달달한 향기 품은 탱탱한 설향딸기와
담백한 꼬막무침까지 푸짐하게 사준다
나는 안다
나의 그릇은 국그릇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언니들의 그릇은 냉면그릇이라는 것을
국그릇은 그만큼만 하는데
냉면그릇은 그만큼보다
더 해주고
더 내어주고
더 사준다
안녕하세요.
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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