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라면

"장욱진 그림과의 만남(11)

클로버 세상 2024. 12. 24. 19:44

붓펜과 네잎클로버_Art라면

 

제11화
참새 잡이놀이

 

 

하얀 눈이 내린

파란 기와집 마당 한 귀퉁이에

쌀겨가 높다랗게 쌓였다

그 앞에 키 작은 꼬마가 서 있고

그 옆을 참새떼 여러 무리가 포진하고 앉아 있다

꼬마는 생각했다

도망가지 않는 참새라면

내 친구가 될 수 있겠는데..

 

 

 

꼬마의 아버지가 마당에 나오자

쌀겨에 주둥이를 파묻고

정신없이 먹이를 쪼던 참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꼬마는 생각했다

참새가 내 친구는 될 수 있어도

아버지의 친구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의 참새 잡이놀이가 시작됐다

조심스럽게 소쿠리를 비스듬히 세우고

그 안에 쌀알을 한 줌 뿌려놓았다

참새들은 쌀알의 유혹을 참지 못할 것이다

나무 막대기를 걸치고 거기다가 줄을 묶고

묶인 줄은 꼬마 손에 쥐어준다

꼬마는 줄을 잡고

툇마루를 지나

안방 문지방을 넘어

구들장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 문을 빼꼼히 열어 둔 채로

 

 

 

아버지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꼬마는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슬쩍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아버지도 숨죽이고

꼬마도 숨죽이고

아버지는 딸꾹질을 꾹 참고

꼬마는 방귀를 꾹꾹 참는다

 

 

 

눈치 빠른 참새는

소쿠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만 맴돌다

잽싸게 소쿠리 안으로 날아 들어가

쌀알을 부리로 툭툭 쪼고

잽싸게 신우대 가지로 날아갔다

날아갔다 다시 돌아오고

돌아왔다 다시 날아갔다

꼬마는 궁금했다

아버지가 참새를 잡을 수 있을지

그래서 

참새 친구가 생길 수 있을지

꼬마는 매우 궁금했다

 

 

 

그렇게 귀한 손님 기다리듯 

기다리고 기다리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눈치 9단 참새가 드디어 경계를 풀고

소쿠리 안으로 들어가

경계를 풀고 소쿠리 안에 머물렀다

흰 쌀알을 쪼아 먹고 또 쪼고

아버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꼬마가 잡고 있는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비스듬히 세워졌던 소쿠리는 

자지러지듯 앞으로 꼬부라졌다

아버지는 소쿠리 위에 있는 빨랫줄에

모기장 그물을 걸쳐 펼치고

꼬마와 함께 

모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 둘 셋!

소쿠리는 들려졌고

참새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마는 깔깔깔 웃었고

아버지도 껄껄껄 웃으셨다

 

 

안녕하세요.

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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