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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니? 아니 넌?

제9화너 자니?아닌 넌?   어둑한 밤중에달빛 등대삼아산책을 나갔네   귀뚜라미 연주에풀벌레 노랫소리 흥삼아밤공기 리듬타네   귓가에 아기울음소리 들려사각대는 풀숲 헤쳐보니동그란 두 눈 길양이네    야옹아! 하고 부르니야옹~! 하고 다가오더니내 바지자락에 몸을 비비네   내가 한 걸음 걸으면야옹~! 한 번 울고야옹~! 장단을 맞추네   발길 멈추고 손을 내미니가르랑가르랑 승낙하고내 손에 얼굴을 묻네   자꾸 따라오던 길양이는내 바지자락에 털흔적만 남기고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내가 만약

제8화내가 만약   내가 만약 감기에 걸리면누룽지를 끓여줘기침을 너무 많이 했나봐목이 심하게 붓고 염증이 생겼대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고 쉰소리까지 나오네그대가 끓여준 누룽지 먹고약을 먹어야겠어    내가 만약 출근을 하면기사가 되어줘늦잠을 잤나봐아침조회가 있어서 늦으면 안된대발표자료도 다 준비하지 못했는데 버스까지 놓쳤네그대가 기사가 돼줘서늦지 않게 출근했어    내가 만약 전화를 하면바로 받아줘잘못됐나봐아래한글이 아니라 워드문서 메일이 왔대워드문서는 써본 적이 없는데 다운로드도 안되네전화로 설명해 줘서다운로드하였어   내가 만약 어두운 밤이 되면별이 되어줘무서웠나봐그 누구도 없는 캄캄한 밤이 됐대세상이 너무 조용하고 별 하나 없는 그런 밤이네빛나는 별이 돼줘서무섭지 않았어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오늘 뭘 하지?

제7화오늘 뭘 하지?  오늘 뭘 하지?그걸 모르겠어요?은퇴 전에는 5시 30분에 일어나 6시에 출근했었잖아요은퇴 후에는 7시에 일어나서 가볍게 스트레칭 후 단지를 돌아봐요   아침 8시에는 뭘 먹지?빈 속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는 대신싱싱한 양상추에 올리브발사믹소스 얹고사과와 당근 그리고 오이까지 곁들여 먹어봐요   오늘은 어디를 가지?시립도서관까지 자동차 운전하고 가는 대신노트북 어깨에 걸쳐 메고도보로 15분 거리 운동삼아 걸어봐요   점심은 뭘 먹지?기름기 많은 국물소스와 글루텐 면발 들어간 짬뽕 대신혈압을 내려주고 피를 맑게 해주는청국장의 텝타이드로 당신의 건강을 지켜봐요   저녁은 몇 시에 먹지?당신은 이미 알고 있어요?은퇴 전에는 늦은 퇴근으로 9시 30분 이후에 저녁을 먹었지만지금은 6시 전..

"꽃이 핀다

제6화꽃이 핀다   "아버지! 온 세상이 꽃대궐 같아~ 밖에 나갈까?"  "휠체어 타고 가야지 걸어서는 못가야~ 네가 올래?""내가 갈게"이날을 똑똑히 기억한다4월 7일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잊지못할 그 봄날을   "엄마! 밖에 꽃비가 내리는데 꽃구경 나갈까?"엄마의 흰머리 위로엄마의 가냘픈 손과 주름진 얼굴 위로눈부신 봄햇살이 입맞춤을 하자흰머리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가냘픈 손과 주름진 얼굴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우이천 데크길에 쭉 늘어선 오래된 벚꽃나무들은엄마와 나에게 꽃잎지붕을 만들어 주었다천상의 천사가 내려오는 날이  있다면 오늘 같은 날이리라만개한 꽃잎은 작은 바람을 타고 이내 엄마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엄마의 무릎에 내려앉은 고운 꽃잎 7잎고운 꽃잎이 다칠세라 살며시 집어 손바닥으로 살짝 ..

친정라면 2024.12.05

"부부전선 이상 없다

제5화부부전선 이상 없다   뜨근뜨근 밥을 지어보자서리태밥이다새까만 서리태가 흰쌀과 찹쌀 보리쌀을 잡아먹었어    뽀글뽀글 찌개를 끓여보자굴순두부찌개다몽글한 순두부에 굴이 풍덩 들어가고 청양고추와 대파도 사이좋게 들어갔어   깔깔한 밑반찬을 만들어보자고추장꽈리고추멸치볶음이다볶은 꽈리고추에 볶은 멸치를 넣고 고추장양념을 끼얹어 참깨를 뿌렸어   생선구이를 구워보자영광굴비다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고 영광굴비를 넣자 뜨겁다고 아우성을 쳤어   나물을 무쳐보자냉이나물이다새파랗게 데친 냉이에 양념장을 넣고 조물조물 비볐어   나는 요리하고우리는 함께 식사하고당신은 설거지하고...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견딜 수 있는 외로움 / 참을 수 없는 눈물

제12화견딜 수 있는 외로움참을 수 없는 눈물  혼자 영화관에서 첩보영화를 보고혼자 일식집에서 초밥을 먹고혼자 아트센터에서 뮤지컬을 관람하고조금 쓸쓸하다많이 외롭다지금 나는외로움을 견디는 연습 중이다   혼자 눈오는 날 차가운 눈을 맞고혼자 비오는 날 젖은 빗길을 걷고혼자 강풍부는 날 버스를 기다리고조금 서글프다많이  서럽다지금 나는참을 수 없는 눈물을 연습 중이다   아침고요수목원 수선화꽃의 위로가조금 쓸쓸하고 많이 외로운 나를 견디게 한다그녀와 그의 은밀한 대화가조금 서글프고 많이 서러운 나를 눈물나게 한다   나를 견디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고나를 참을 수 없게 하는 것은 눈물이다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수선화에게   _정호승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나라면/18라면 2024.12.05

"봄 향기 가득한 아침고요수목원의 햇살 가득한 어느 봄날

제11화봄 향기 가득한 아침고요수목원의햇살 가득한 어느 봄날  아침고요수목원 아침광장에 활짝 핀 수선화꽃들서서 멍하니 바라보고또 보노라보는 즐거움이야 표현할 길 없지만지친 몸은 의자에 앉히고번잡한 마음은 위안자인 수선화의 위로를 받노라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수선화    _윌리엄 워즈워스 골짜기와 언덕 위를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외로이 헤매다가문득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황금빛 수선화가호숫가 나무 아래서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 별들처럼 반짝반짝 빛나며물가 따라 끝없이줄지어 뻗쳐 있는 수선화는 한눈에 보았네,수많은 수선화들이머리를 살랑대며 흥겹게 춤추는 것을 수선화 옆의 물결도 춤을 추었지만그 반짝이는 물결은 수선화의 기쁨을 따를 수 없었네,이토록 흥겨운 친구와 어울렸느니어..

나라면/18라면 2024.12.05

"결이 다른 질투

제10화결이 다른 질투   그녀가 "여자는 헌신적인 사랑을 하고 남자는 이기적인 사랑을 해"라고 말하고그가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라고 말했어요그녀가 "여자들은 표현해 주길 원해"라고 말하고그가 "어떻게 표현을 맨날맨날 하냐고"라고 말했어요    그녀와 그의 대화가 질투 났다그녀와 그의 티키타카가 질투 났다나는 왜 그녀처럼 그와 대화를 못했을까나는 왜 그녀처럼 그와 티키타카를 안 했을까    그녀가 "어느 날 내가 사라져 버릴 때는..."라고 말하고그가 "그러면 내가 그 순간 찾아가지 "라고 말했어요그녀가 "자기가 내 마음을 안 받아주잖아 "라고 말하고그가 " 뭘 안 받아줘! 어떻게 더 받아주라고 그래 "라고 말했어요    그녀와 그의 대화가 질투 났다그녀와 그의 티키타카가 질투 났다나는 왜 그녀..

나라면/18라면 2024.12.05

"내 곁에 있어줘

제9화내 곁에 있어줘   마음이 아팠던 일요일몸이 아팠던 월요일"오늘 볼까?"라는 카톡을 받았다   나는 집언니는 4시에 퇴근나를 태우러 왔다   시골에서 산 떼깔 좋은 서리태윤계상샵에서 산 산타바디선물 세트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주고받았다   시댁과 친정 경조사를 챙기는 한결같은 마음씀씀이시댁과 친정 다녀오는 날 항상 힘겨운 몸과 마음주거니 받거니 마음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아들은 1월 현대차연구원취업합격  딸은 주말알바 취업준비아들은 외주알바 딸은 인턴근무취업이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인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내년이면 임금피크제 내후년이면 정년퇴직하는 남편올해 은퇴한 내편인생 제2막에 대한 기대감과 준비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렸던 만남따뜻하고 정겨웠던..

"마음아! 안녕

제9화마음아! 안녕   꿈을 꿨어꿈에서 울었어꿈에서 깬 후에도 계속 울었어   눈물이 났어눈물이 계속 흘렀어눈물이 소리 없이 계속 흘렀어   마음이 아파마음이 너무 아팠어마음이 떠나고 싶다고 말했어   몸이 아파몸이 여기저기 아팠어몸이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붙잡았어   이대로이대로괜찮을까?  안녕하세요.라면상회 클로버 세상입니다.

나라면/18라면 2024.12.03